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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시선
2007-04-01 09:47:05, hit:2,327, recommended:490

체코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프란츠 카프카는
평온한 삶을 살던 한 개인이,
그가 속한 공동체, 집단, 사회에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으로 곡해되어지고
소외되어지다가 결국 제거되어 죽어가는 모습을 그의 저서 <변신>이라는 소설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생활을 하던 그레고르라는 젊은이,
그의 할 일은 가난한 자신의 가족을 부양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자신이 거대한 벌레가 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너무도 당혹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가족들이 그런 벌레가 된 자신을 애써 외면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열심히 손짓 발짓을 하면서 자신이 그레고르라고 항변하지만,
가족들은 그의 애절한 몸짓을 아는지 모르는지 잔인한 침묵으로 외면합니다.
결국 벌레로 변한 자신을 가족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을 외면하는 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리며 ‘미미한 슬픔을 느끼며’
힘없이 고개를 수그리고 죽음의 길을 택합니다.

이쯤해서 생각해보면
이 소설은 단지 ‘사람이 벌레로 변했다’ 황당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지만,
그 의미를 되씹어보면 이 이야기로부터 우리 모두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성주간을 여는 주님의 수난 성지주일에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깊은 일대 드라마틱한 현실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이 역사의 현장에서 난무하는 수많은 말과 댓글,
여론에 의해 짓눌려서 그 책임의 소재를 물을 길 없이 죽어가는 예수 그리스도,
‘그분’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주님의 수난기를 낭독하면서,
‘결코 나라면 그들 중에 하나가 아니었을 것’이라며
‘그들의 시선’이 아닌 ‘제 3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봅니다. 과연 그럴까?

눈에 보여 지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말이나 댓글,
때로 눈빛으로라도 ‘여러 사람이 한 사람 죽이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습니다.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한 개인의 삶을,
한 집단이나 민족의 삶을 잔인하게 짓밟고 유린하면서도
‘이것이 바로 세상이다’로 여기게끔 하는 분위기와
여건 속에 우리는 실제로 당하는 피해자의 모습으로,
때로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로, 때로 침묵하는 방관자의 모습으로 서있는 건 아닐까?

성주간을 시작하며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주님의 수난에 참여하면서,
우리의 몸이 머물러야 할 곳, 우리의 시선이 머물러야 할 ‘제 3의 장소,
제 3의 시선’은 ‘그들’이 아닌 바로 ‘그분’께 있음을 고백하며,
신앙인의 눈으로 우리 모두 거듭나기를 간구합니다.



-서석희 신부님 강론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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