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①⑦   
2004.01.17 - PM 22:54:04


씁쓸한 날이다.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저녁즈음에 겨우 밖으로 기어나갔다

이미 오전에 내린눈으로

미끌미끌한길을

9센티 굽으로 걸어가기란 역시 쉽지 않았다.

오빠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했다.

근데 뭐랄까

승부욕은 전혀 들지 않고

마냥 즐거웠다

뭐, 게임비는 내가 냈지만'_';

집으로 오는길에 버스정류장에서

인상을 찌푸렸다.

지하상가 관리자(?)로 보이는 파란옷을 입은 아저씨들이

축 처진 어깨를 가진 할아버지를 강제로 끌어내어

말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하루종일 눈이 내리고 비가내려

차갑고 딱딱하고 질퍽거리는바닥에 말이다.

그렇다고 나는 그들을 나무랄 용기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할아버지를 일으켜 세울

용기도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

앞뒤사정을 모르는 내가 함부로 끼어들기에는

너무 무섭기도 했다

"주제넘음"을 핑계로 삼아 외면해버렸다.

후회하는건 아니다.

처음부터 내가 할수 있는일은 없었으니까

그냥 단지

조금,

씁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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